오랜만에 면접때문이 아닌 휴가를 써서, 맘편하게 영화를 보고 왔다.
볼만한게 뭐가 있을까 찾아봤는데, 국가부도의 날이 생각보다 호평이기에 국가부도의 날을 예약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IMF 당시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한 영화이다.
IMF라는 국가적 사건은 사실이지만,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은 허구이다.
당시 여당에 대해 아주 나쁘게 묘사된다.
하지만 동시에 IMF란 사건이 여당의 잘못과 동시에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부조리한 모습을 꼬집는다.
일명 어음과 신용, 그리고 담보에 대한 것들이다. 거기에 더해진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까지 ...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IMF 역시 해피엔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줄도산과 자살자가 속출하는 현실은 아무리 좋게 꾸며도 배드엔딩일 수 밖에 없으리라.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문구 역시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판다.
워낙 빠르게 지나가 정확히 기억하진 않지만 아래와 같은 뉘앙스였다.
"국민들은 금모으기를 통해 나라를 살리고자 했지만, 그렇게 모인 금은 대기업의 부채를 상환하는데 쓰였다."
개인적인 평점(10점 만점)
8.5점
이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위 사진의 4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없다.
처음 이 사진을 보고 이 넷이 주축이 되는건가? 언제 네명이 모이지 했는데.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1. 국가부도를 막고 최대한 빠르게 사람들에게 알려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김혜수
2. 국가부도를 직감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벌려하는 유아인
3. 아무것도 모른체 국가가 해주는 말만 믿고 따르는 공장장 허준호
1.
주된 이야기는 김혜수를 둘러싸고 일어난다.
국가부도라는 상황을 통해 부자만을 위한 나라로 만들고자 하는 재정부 차관(사진속 김혜수 오른쪽)
그리고 이런 그를 막고자 하는 김혜수. 하지만 인맥과 권한을 가진 차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IMF 구재금융을 신청한다.
이는 곧 실제 역사이기도 하다. 영화는 완전한 허구이면서 동시에 완전한 진실을 보여준다.
국민에게 진실을 은폐하고, 밀실 합의를 거쳐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
그리고 그 속에서 국민의 고혈로 살아남는 관료들과 재벌들.
'동문'임을 강조하는 하버드 MBA 출신 관료와 재벌은 그들의 추악한 모습을 비춰준다.
그리고 말미에 나오는 20년후의 그들은 대형 회사를 유지하고 있으며 재벌은 더욱 공고화 되어있다.
20년 후 김혜수는 가계빚 1,000조에 육박하는 현실에 대응 하기 위한 전문가로 스카웃 되며 영화는 끝이난다.
새로운 희망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동시에 이미 부유해지고 더욱 공고화된 재벌과 관료들은 결코 쉽지않은 상대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2.
유아인은 종합금융이라는 지금은 몇개 남지 않은 금융회사에 다니던 회사원으로, 국가가 삐걱이고 있다는 것을 먼저 캐치해낸다.
그는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위해 뛰어든다.
투자자를 모집해 달러를 매입하고, 풋옵션을 통해 주식 하락시 이익을 내는 일종의 역베팅에 올인한다.
유아인의 판단은 정확했고, 한국의 원화 가치는 바닥을 치며 거액을 벌어들인다. 동시에 주식도 하락하면서 거액을 벌어들인다.
이렇게 자금을 모은 유아인은 부도로 인해 급매물로 나오는 중소형 평수를 헐값에 사들인다.
그리고 20년 뒤 그는 대형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며 그가 말했던데로 상위 계층으로 올라선다.
사람들의 불행을 통한, 하지만 악의는 없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마지 최근 있었던 가상화폐 대란이 생각난다. 누군가는 유아인처럼 막대한 수익을 얻었으리라, 하지만 대다수는 피해를 입었다.
정보는 힘이란 것. 그건 만고불변의 진리인 듯.
3.
허준호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그저 공장을 운영하다가 뭣모르고 남들 다 하는 어음을 받았고, 그 어음이 부도가 난다.
어떻게해서든 돈을 모아 공장을 다시 살리고 굴려보고자 하지만 역부족이다.
헐값에 내놓은 집은 더 낮춰야 했으며, 당장 거래처의 부도로 줄 수 있는 돈도 없었다.
원화환율의 하락으로, 그들이 매입했던 원자재의 가격은 더욱 치솟아 빚만 늘어났다.
이런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저 둘을 믿고 어려운 것 안다며 기다려 주겠다는 거래처 사장을 보며 허준호와 동업자는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상황이란건 그들을 마냥 기다려주지 않았고 직원들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동업자 역시 보증을 서가며 파산을 막고자 했지만 동업자는 구속된다.
또한 동업자의 처가는 보증을 서준 탓에 막대한 빚더미에 앉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허준호는 뭔가 결심한 것처럼, 자신을 믿어준 거래처 사장에게 전화를 건다.
이후 화면은 장례식장으로 넘어간다. 그곳에서 허준호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옆에서 들리는 얘기는 망자가 자살한 이유는 거래처가 부도어음을 던졌기 때문이라 말한다.
허준호는 결국 부도 어음을 자신을 믿어준 사람에게 넘겨버린 것이다.
유일하게 자신들을 믿고 기다려준 사람에게 부도어음을 던지고, 그로인해 자살하게 만든 허준호는 죄책감에 자살을 생각하지만 자녀들을 보며 버틴다.
누군가는 자살한 이유가 배신당했단 것에 충격이 컸기 때문이라 써놨던데.
유아인이 보러갔던 집의 자살자가 그 사장이고, 그 집에 압류 딱지가 있었던 것을 보면...
사장은 허준호를 믿고 어음을 받아 상계처리해 주었고, 알고보니 부도어음이었던 탓에 이제와서 허준호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확인 안하고 상계한 잘못... 그로 인해 1억이 넘는 빚을 지게 된 그로써는 집을 뺏기게 되면서 코너에 몰리게 됐고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허준호는 마지막에 자신의 여동생인 김혜수에게 찾아가 너는 높은 사람 많이 알지 않느냐며 대출을 받게 해달라고 빈다.
김혜수는 나라를 위한다며 자신의 오빠를 챙기지 못한 죄책감인지 아니면 자신이 더 노력하여 막지 못해 오빠와 같은 사람들이 생겼다는 죄책감인지.
자신의 차안에서 눈물을 흘린다.
20년 후 허준호는 아들에게 신신 당부한다.
"친절한 사람을 믿지마라, 아니 사람을 믿지마라"
그렇게 말한 그는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근무태도를 문제삼아 욕설을 퍼붓는다.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에서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허준호가 아닐까 싶다.
직원을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하며 웃던 허준호는 사라지고, 윽박지르고 욕설을 내뱉으며 아무도 믿지 않는 그의 변화는 극단적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신의를 지키기보다, 자신을 믿던 사람조차 배신하는 모습.
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구에게나 투표할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